강지혜

<구름 사이 빛(Tyndall phenomenon)>, 72.7x91.0cm, 종이에 먹, 과슈(ink & gouache on paper), 2020 '경이로움'이라는 단어는 강렬하다. 강렬한 만큼 희소성도 뛰어나다. 인간은 인간으로부터 다양한 감정을 선물 받을 수 있지만, 이토록 강렬한 감각은 매우 드물다. 경이로움은 쉬이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길지도 않은 한순간이다. 사람은 무료해지면 자신에게 흥미로운 것을 찾게 된다고 한다. 조금 덜 무료한 것, 조금 더 즐거운 것, 조금 더 자극적인 것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그런 내가 얻은 것이 하늘의 풍경에서 오는 경이였다. 노을이 시작되는 순간과 구름의 드리움, 그 사이 빛의 은사는 자극적이며 감동적인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이제서야 느낀다. 인위적인 것들에 관한 호기심과 즐거움이라는 감정이 엎어진 뒤에야 자연에 대한 경이가 보인다. 차근차근 밟아 망가진 수순 뒤에 피어난 꽃 같다. 이것은 내가 현재 사랑하는 가장 아름다운 감각이다. 어린 나의 마음은 사그라들고 그 자리를 메꿔낸 강렬함이다. 한순간의 장면이 떠올릴 때마다, 물론 그때와 같은 감각은 더는 없지만, 여운으로 그 감각을 사랑하게 만든다.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 순간의 감각과 장면을 어찌 고작 사진으로 남기겠냐만, 그렇기에 고작 인간인 내가 당신들에게 경이로움을 보여주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물증이기도 하다. 색을 차근차근 입혀가며 덧칠하는 과정에서 매 순간 사진이 찍히던 때를 떠올린다. 만양의 때가 만드는 강렬함. 덧입혀진 색채에서 당신이 강렬함을 보길 원한다.

권민주

<겹(layer)>, 72.7x91.0(cm), 종이에 먹, 과슈 (ink& gouache on paper), 2020 작업방식을 보고 덧입히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무언가 비슷한 것이 같은 자리에 덧입혀지는 그 행위는 의미를 가진다. 한 번에 지나간 것이 아닌 옅은 것을 여러 번 쌓아가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었다. 그래서 그 대상물을 물로 정했다. 물은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 도피처이다. 불편함을 느끼거나 힘들 때 나는 물에 둘러싸이고 싶다. 그럴 때마다 갔던 바다에 그 순간의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바다는 지나간 자리에 계속 새로운 물결이 덧입혀진다. 아른거리는 물결은 매 순간 다른 모습으로 흔적은 내지만 바다는 변하지 않는다. 모습은 변하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는 것, 삶도 마찬가지라 생각했다. 수많은 순간 중 하나의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듯 추억에 담긴 마음을 바다에 새겨 담으며 작업한다.

김민정

<썰물 ebb>, 91.0 x 72.7(cm), 종이에 먹, 과슈 (ink & gouache on paper), 2020 나는 나를 치유해주는 일상의 장소들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나에게는 힘든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을 이겨내는데 누군가 내게 낚시를 추천하였다. 처음에는 답답할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고 자신을 관조하면서 즐길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고요한 밤에 찌만 쳐다본다. 모든 잡념을 잊고 자연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순간이다. 나는 낚시를 하면서 주변 풍경을 기록하고 바다와 소류지를 보며 정서적으로 안정을 느낀다. 바다에 있는 돌, 물의 물결들, 수면에 비친 빛들을 보면 아름다움을 느낀다. 낚시를 다니며 관찰한 풍경 중 하나인 이끼와 돌을 작업의 대상으로 삼는다. 나의 내면이 일상에 지쳐 있을 때 무심코 바라본 돌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돌 들을 응시하게 되었을 때 그것들은 무언가 모를 허한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한지를 먹으로 검게 바탕 전체를 덮음으로써 나의 내면의 어두움을 반영하였고 그 위로 그 색채를 쌓아나가 그 흔적들을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김지우

<오리배(boats)>, 72.7x91.0(cm), 종이에 먹, 과슈 (ink & gouache on paper), 2020 일상에서 우연히 오리배를 보게 되면 어린 시절 부모님과 유원지에서 오리배를 타던 기억이 떠오른다. 오리배를 타기 위해 기대하며 줄을 선 기억도 있고, 타고 싶다고 부모님에게 떼를 쓴 기억도 있다. 시간이지나 성장하면서 나는 오리배 자체에는 흥미를 잃게 되었다. 내 눈에 다른 사람들도 그때만큼 많이 이용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선착장 근처를 지나가다 보면 누구도 이용하지 않고 선박해있는 모습들을 종종 본다. 현재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게 된 오리배를 볼 때면 점점 잊혀져가는 어린 시절 기억들이 환기된다. 나는 그때 행복했던 기억이 잊혀져가는 것이 아쉽고 계속 그 기억을 간직하고 싶었다. 작업을 하면서 나는 어린 시절 오리배를 탔던 행복한 기억보다는 희미해지고 잊혀져가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만약 지금 오리배를 탄다고 해도 어렸을 때 느꼈던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때의 기억이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처럼 오랜 시간동안 느낀 감정의 변화는 내게 추억이 되고 더 큰 가치로 다가온다. 언제든지 다시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특별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오리배에 관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방식을 택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사진으로 남긴다. 사진은 비교적 쉽게 기록이 가능하고 그 장면을 생생히 남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쉽게 찍을 수 있는 만큼 가볍게 느껴지기도 하고 다른 이미지들 속에 금방 묻혀버린다. 스마트폰 앨범 속 수많은 사진들 가운데 한 장일 뿐이다. 어느새 그 사진이 있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카메라는 현실의 모습을 렌즈의 시선으로 담아내기 때문에 나의 감각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내가 직접 물감을 사용해서 이미지를 장지에 옮기게 되면 나의 방식으로 오리배를 남길 수 있다. 이러한 나의 회화적 과정은 많은 시간과 노동, 경험과 기억들이 뒤섞여 하나의 작품으로 귀결된다.

김지우

<습한 날>, 91.0x72.7(cm), 장지에 먹, 아크릴, 2020 이 그림은 사진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기억이 희미해져서 이 일이 있었던가 싶다가도 사진을 보면 그 날이 명확하게 떠오릅니다. 큰 사건이 아니어도 그 날은 너무 더웠고, 습했고, 기다리는 마음이 좋았다. 아이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이 그림은 습하고 따뜻한 그 날을 떠올리며 그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자연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각각의 나무들이 모여서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면 그 모양이 좋습니다. 개별적인 것들이 모여 전체를 이루면, 그 모습이 가족 같기도 합니다. 온전하지 못한 것들이 모여서 비로소 온전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 그림은 습한 날을 떠올리며 그렸습니다. 먹물로 칠한 바탕 위에 아크릴을 올렸는데, 물에 개어진 아크릴이 먹물 위에 올라갈 때, 습한 그 날의 풍경을 잘 드러낸다고 생각했습니다.

김태영

<동글 (rounder)>, 72.7x91(cm), 종이에 먹, 아크릴 (ink & acrylic on paper) , 2020 우리가 생각하는 돌멩이란 모난 구석이 많은 울퉁불퉁한 보잘 것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동글한 돌들은 하루에도 수만번 바다와 만난다. 부딪힌다고 볼 수도 있다. 또 다른 돌들 위를 굴러다니거나 돌들 아래에 묻혀 몇 년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웅크려 있는다. 수천년동안 이 바닷가를 벗어난 적 없는 몽돌들. 이곳에서 서로 부딪히고 물이 덮히며 모난 귀퉁이들이 깎여나가 동글동글하게 잘 모여 지내고 있다. 그들의 삶의 터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몽돌과 몽돌에 덮히는 잔잔한 파도는 편안한 감정을 불러낸다. 내가 만약 바닷가의 돌이었다면 들이치는 파도와 다른 딱딱한 돌들을 피해 이파리가 우거진 들판으로 갔을 것이다. 다른 돌과 부딪힐 자신이 없다고, 차가운 파도를 감당해 낼 여력이 없다고. 하지만 이건 돌의 꿈일 뿐이다. 돌은 움직일 수 없다 오직 자연의 현상만이 이 돌을 조금 움직일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파도와 아주 가까운 곳의 돌이 될 것이다. 짧은 공상을 마치고 내 생각 말고도 또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이 풍경을,내가 이 장면을 목격하기 전에도 나와는 상관없이 반복됐을 것인 이 풍경을 감히 잡아냈고 그림에 옮긴다.지금도 이어지고 있겠지 생각한다.그러면서 물감을 옅게 풀어 여러 번쌓았다. 한번의 붓질로는 표현되지 않는게 있다.자연물이란 특히 그렇지 않은가. 그리고 최대한 혼합 없이 기존 물감의 색을 그대로 사용했다.사진 그대로의 색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색인 것이다.파아란 이 그림을 보면 파도의 냄새, 돌의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김혜수

<분위기(nuance)>, 91.0x72.7(cm), 종이에 먹, 과슈(ink&gouashe on paper), 2020 나는 새벽이나 저녁 시간에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좋아한다. 그 특유의 냄새와 빛이 퍼져 보이면서 생기는 아른거림이 나를 설레게 만든다. 새벽과 저녁은 뭔가 모르게 축축하면서 풀냄새가 난다.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 바람 소리, 은은한 달빛으로 나의 모든 감각을 자극시킨다. 분명 평소엔 지나쳐 갔던 골목길이었지만 7월의 초여름이 다가온 날, 낮은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거리의 조명들과 지나가는 사람들의 형태, 푸른 하늘의 조합이 완벽하게 느껴졌다. 물기를 한껏 머금은 공기가 후덥지근하게 나의 뺨을 스치며 더욱 축축한 냄새가 나는 그곳으로 나를 인도하였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기록으로 남겨보았다. 그 익숙하지만 생경한 감각에 문득, 정신을 차렸다. 무엇에라도 홀린 듯 환하게 빛이 드리워진 곳으로 따라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나는 그 무엇도 염두에 두지 않은 채로 저녁노을의 푸른 하늘을 가만히 응시했다. 먹의 성질 또한 그렇다.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꽤 차가운 저녁의 공기처럼 먹의 서늘하고 축축함을 종이 위에 머무르듯 그려보았다. 인파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도시 변두리의 공허함을 어두운 그림자의 부분부터 채색하며 자리를 잡는다. 하늘이 어둑어둑해져 가로등이 반짝이는 화려함을 채도가 높은 색으로 그려나갔다. 나에게 행복은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소소한 평화로부터 온다. 넓은 평붓으로 메마른 갈필을 내며 바탕을 칠했을 때 붓의 결 하나하나가 평화와 안정을 느끼며 제자리를 찾아갈 때 비로소 작은 희열을 느낀다.

노혜지

<그 때, 그곳 (At that time, there)>, 90.9×72.7(cm), 종이에 먹, 과슈 (ink & gouache on paper), 2020 무엇이 나에게 특별함을 주는가 흔히들 크고 좋은 것,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이 값지다고 생각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실 그렇지도 않다. 쉽게 덜컥 사버린 물건보다 아주 조금씩 동전들을 저금통에 넣어 샀던 물건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사물이나 공간 그 자체가 값지다는 것은 그저 물질의 가치가 우월하고 훌륭하다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내게는 아주 값비싼 금으로 만든 물건이나 훌륭하게 만들어진 공간보다도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 것 같은 공간들이 가장 큰 의미를 가져다준다. 내게 있어 특별함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상상해 낼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런 소중하고 의미 있는 추억과 기억들은 사실 많은 사람들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일 때 더욱 의미가 있다. 모두에게 특별한 것이 아닌 오롯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숨어있을 것만 같은 장소를 좋아한다. 정말 평범하지만 그지 없지만 가만히 쳐다보면 누군가 첫사랑을 만났다던가, 화창한 어느 날 가족 나들이를 갔다던가, 어린 시절 자주 놀아 추억어린 곳이라던가 하는 이야기들을 상상되는 공간들을 찾아다닌다. 진짜로 그런 이야기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그런 장소나 공간을 마주 할 때면 그 순간 그곳엔 의미가 생기고, 괜히 누군가의 추억 가운데를 지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며 마냥 기분이 좋아진다. 실제로는 확인할 수도 없는 상상일 뿐이니 어떤 장소든지 내게는 특별 해 질 수 있다. 상상의 여지가 많이 주어지는 곳이면 충분하다. 아주 평범하고 아무것도 아니어서 의미가 담길 여백이 있는 장소를 좋아한다. 내게 이러한 자극은 선명하고 입체적이기 보다 평면적이고 흐릿하게 나타나게 된다. 또렷하지 않아서 더욱 매력 있고 신비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캔버스에 장지를 붙이고 아교 대신 먹을 칠했다. 먹에서 느껴지는 어딘가 흐릿하고 아련한 느낌이 내가 그 장소에서 느꼈던 확인할 수 없는 누군가의 추억을 그림 속에 담아주는 듯하다. 그 위에 광택이 없는 색채의 물감을 여러 겹 쌓아 표현했다. 아주 찬란한 순간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가면 그 기억들은 담담하고, 입체감 없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것이 상상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문예원

<낯선풍경(unfamiliar landscape)>, 72.7 x 91(cm), 종이에 먹,과슈 (ink & gouache on paper), 2020 작년 휴학을 하게 되면서 더 이상 바쁘다는 핑계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던 중 평소 관심만 있던 해외 선교활동을 기회가 생겨 가게 되었다. 선교활동을 하면서 겪은 추억들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나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은 것은 캄보디아의 예쁜 하늘이었다. 석양이지는 저녁 시간의 하늘도 예뻤지만, 캄보디아의 아침 하늘이 내게는 유독 아름답게 다가왔다. 사실, 하늘은 잠깐 고개를 들면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하늘을 여유롭게 바라보는 상황은 흔치 않을 것이다. 나는 캄보디아에 있는 내내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침을 먹으러 가는 길에도 하늘을 볼 여유가 있었다. 그렇게 평소에 느끼지 못한 시시각각 바뀌는 하늘의 풍경을 내 눈에 담았다. 문득, 내 눈 속에 왜 하늘이 들어오게 된 것일까 생각에 잠겼다. 그것은 캄보디아의 하늘이 아름다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심리적 상황에 의해 평소라면 지나쳤을 일상의 평범한 장면들이 내게 낯설게 다가온 것 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나의 감정에 의해 내가 바라본 풍경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내게 다가온다. 수채화처럼 어렴풋해진 캄보디아에서의 기억을 시간이 흐른 뒤에도 추억하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 생생하게 느껴지지 않는 추억의 기억들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추억이라는 감각은 수채화처럼 투명하고 맑은 느낌일 때 가장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연한 물감을 여러 번 겹쳐 채색하여 최대한 그런 느낌을 담으려 노력했다. 바탕색으로 칠해두었던 먹은 희미해진 기억의 아른거리는 느낌을 표현하였고, 한 번에 대상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중첩시키는 물감의 방식으로 나의 기억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박수민

<작년여름(last summer)>, 91.0x72.7(cm), 종이에 먹, 과슈 (ink&gouache on paper), 2020 작년 여름 나는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 중 여수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여수선착장을 걸었다. 그 날은 다른 날보다 유난히 더웠다. 가족들이 앞서 걷고 있었고 사진의 모습과는 다르게 무척 사람들이 붐볐다. 바다 너머로 바람이 불어왔지만 여전히 더웠고 그 옆으로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지나갔다. 내가 걷고 있는 도보 옆에는 낮은 높이의 담벼락이 있었는데 여름의 강한 햇빛에 반사된 색감이 나의 시선에 들어왔다. 담벼락 너머로 튀어나온 방파제와 그 사이에 여객선의 모습이 보였고, 그 순간 사진을 찍어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평소 그림을 그릴 때, 개인적인 경험이나 감정들을 표현하고자 한다. 한 장의 사진을 보면 그 때의 감정과 상황, 날씨가 떠오른다. 타인들은 모르는 내가 경험한 어떠한 자극을 담고 있는 사진 속 장면들을 그리고 싶었다. 위에 적은 글처럼 사진 속 풍경은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위와 많은 사람들로 인해 복잡했고 이것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나의 개인적인 기억들 중 한 부분이 된다. 사진 속 장소에 누구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갔는지 ‘나’ 외에는 알 수가 없다. 그저 추측할 뿐이다. 이렇듯 나는 사진 이미지 뒤의 감춰진 이야기 즉 나만 기억하고 있는 것들을 그림으로 담아낸다. 누군가는 내게 이 그림을 보고 “낚시하면 좋을 밤바다 같다.”고 얘기해 주었다. 이 얘기를 듣고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사진이 가지고 있는 색감과 분위기가 바뀌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이 그림을 보고 자신의 개인적인 기억을 상기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림을 바라보는 관객 또한 자신만의 기억이 담긴 어떤 사진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작업이 완성이 되었을 때 관객들이 나의 그림에서 각자의 기억이나 추억을 떠올리기를 바란다.

염보라

<그자리, 그대로 (Still on the spot)>, 72.7x91.0(cm), 종이에 먹, 과슈, 2020 태어날 때부터 거창이라는 지역에서 자랐고 할머니와 고모집은 더 시골에 있어서 계절마다 먹는 나만의 향수 음식이 있다. 차가운 봄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면 부추와 제피 잎을 따서 장떡을 먹고 뜨거운 여름이 되면 밭에서 재배한 옥수수에 사카린을 넣어 달달한 물을 가득 머금은 옥수수를 먹는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 하늘 높은 가을이 오면 청국장과 무생채무침을 밥에 비벼서먹고 겨울이 되면 뜨거운 온돌에서 군고구마와 동치미를 먹었다. 어렸을 때부터 시골의 풍경을 볼수있어서 산, 나무와 돌이 나의 순수한 동심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산, 나무와 돌은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자리를 잡고 있다.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산, 나무와 돌을 볼때면 안정감이 생기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줘서 감사하다. 그래서 나의 드로잉과 찍은 사진에는 산, 나무와 돌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번에 그리는 장면은 친척집에 갈 때 항상 볼수 있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넓은 밭 생뚱맞은 자리 한 가운데 돌과 나무가 있다. 밑에 부분에는 단단하게 흙과 돌이 서로 엉켜서 자리잡고 있고 위에는 큰 나무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 장면은 계절에 의한 변화 말고는 내가 살아온 시간동안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돌과 나무는 단단하다. 한지에 물감이 흡수되고 건조되는 방식과 한 방향으로 붓질을 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한다. 한지라는 종이 섬유질 사이로 물감이 흡수 되기도 하고 쌓여진다. 이러한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우연적인 표현들이 쌓여 서로 단단함을 나타낸다. 이처럼 표현하고자 하는 장면에 맞게 물감의 농도를 조절해 나가고 한지 위로 스며들기고 하고 쌓여가는 물감과 붓질의 방식으로 단단함을 그리는 작업이 만들어 진다.

이소정

고요함과 강렬함 (silence and intensity), 90.9×72.7cm, 종이에 먹, 과슈 (ink & gouache on paper), 2020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파도가 나를 향해 밀려오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파도와 함께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 잠시 우울했던 감정마저 사라져버린다. 항상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기에 마음의 안식처가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바다를 찾아가곤 한다.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는 모습은 고요하고 정적인 인상을 주고, 거센 물결의 파도는 강렬하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준다. 이러한 파도의 두 가지 느낌을 동시에 화면에 나타내고 싶었다. 나는 작업에서 파도의 미세한 결까지도 세세히 표현하고자 했다. 최대한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 장지 위에 스케치를 입히고 그 위에 얕은 먹을 올렸다. 채색 전 먹을 올렸던 것이 그림의 분위기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 위에 물감을 반복하여 덧대었다. 파도의 추상적인 장면이 하나의 색채로 표현되지 않고 푸른 계열의 미묘한 색채들이 만나 실제적인 듯한 느낌을 만들어내고자 하였다. 나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자 한다. 나의 그림을 보며 각자의 기억 속 파도를 떠오르기를 희망한다. 그 속에서 잔잔하고 오래도록 쉬어갈 수 있기를.

전채윤

<여행기>, 72.7x91.0(cm), 종이에 먹,과슈, 2020 익숙한 풍경-이국적인 풍경 -이번 작업의 대상이 된 장소는 직접 다녀온 여행사진은 맞지만 관광지가 될 만한 장소는 아니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국의 어느 동네에 버드나무 한 그루였다. 마음이 가는 그림을 그리고 싶고 담담하게 오래 보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 평온하고 담담한 거리와 시원하게 흔들리던 나무가 유난히 마음에 들었고 이미 2년이 지난 후의 풍경임에도 지금까지 나에게 남아있는 한 장면이다. 먹으로 덮인 선묘들을 안료를 통해 다시 드러내는 과정은 마치 기억을 인화하는 것과 닮았다. 반복적으로 칠할수록 쌓여가는 색채들은 마치 원래의 풍경을 되살리듯 완성되어간다. 나는 평범하지만 삶의 흔적이 담겨있는 낡은 물건이나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거리와 동네에 주목한다. 이번 작업을 통해 내가 평소에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담은 장면을 인화하듯 그려내려 한다. 색이 바랜 듯 어딘가 그리운 풍경을 그리고자 한다.

조효정

<어둠(darkness)>, 72.7x90.9(cm), 종이에 먹, 과슈(ink & gouache on paper), 2020 작년 여름, 홀로 두류 공원에 간 기억이 있다. 뜨거운 햇볕 아래 내 키의 5배 정도 되는 나무들이 해를 등지고는 울창하게 우거져 있었다. 그들은 밝았던 하늘과 달리 어둡고 차갑게 느껴지기만 했고, 나는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 모습에 동질감을 느꼈던 것 같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내게 있어 그 동질감이 주는 위로는 매우 강렬했다. 마냥 좋지만은 않은 기억과 그 감정들마저 꺼내어 다시 곱씹어 보는 것도 경험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시간이라는 질서는 배움을 낳고, 이는 이번 나의 작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풍경을 그대로 베껴 옮기는 것이 아닌 내 지나간 순간들에 물감을 겹겹이 쌓아올리며 그때를 되뇌어 보는 것이다. 내 작은 감정들이 큰 경험으로 충분히 스며들 수 있게끔 말이다.

김지우

<백물도>, 87x59(cm), 순지에 먹, 2020 <백물도>, 49x72(cm), 순지에 먹, 2020 장승업의 백물도를 참고한 창작 작품입니다.

김지우

<육군자도>, 1080.0x780.0(cm), 화선지에 먹, 2020 <소나무>, 1080.0x780.0(cm), 화선지에 먹, 2020 <육군자도> 예찬의 <육군자도>를 모사한 작품입니다. 예찬은 중국 원대의 문인입니다. <육군자도>는 친구인 노산보가 그림을 그려달라는 요청을 하자 예찬이 배 위에서 그린 그림으로 알려진 작품입니다. 보통 육군자(六君子)라고 하면 고대의 덕이 높은 여섯 성왕을 지칭하여 흔히 하우(夏禹),성탕(成湯),주(周)나라의 문왕(文王)과 무왕(武王),성왕(成王),주공(周公)을 이르는데,여기서 말하는 육군자란 그림에 나오는 여섯 그루 나무를 가리킵니다. 즉, 소나무(松)·잣나무(柏)·느릅나무(楡)·회화나무(槐)·녹나무(楠)·장목(樟木) 여섯 그루의 나무입니다. 여섯 그루 모두 지면이 평탄하지 않고 굴곡진 곳에서 산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소나무> 화선지에 먹으로 그린 소나무입니다. 초서체로 쓴 목숨 수(壽)의 모양에 기초해서 그리게 되었습니다. 최대한 느린 선으로 오래 그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살아있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살아가야함을 생각하며 작업했습니다. 끊임없이 살아있어야 하기에 선들의 움직임이 유기적으로 이어져있는 모양새로 그렸습니다.

강지혜

<그대는 날아오를 수 있는가.>, 24x60(cm), 한지에 수묵, 2020 <팔대산인 화조도 모사>, 25.4x21.1(cm), 한지에 수묵, 2020 그대는 그대를 가리는 수많은 가림막을 딛어낼 수 있겠는가. 그대의 날개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당신의 작은 날개가 당신에게 힘이 되기를. 팔대산인 화조도 모사

권민주

<묵죽도> 54.3x75(cm), 순지에 먹, 2020

김민정

<묵연>, 30X15(cm), 장지에 먹, 2020 먹을 사용하여 간략하게 그린 후에 엷은 채색으로 묵연을 표현해 보았습니다.

김태영

<잔잔한 파도(心海)>, 100x40(cm), 당지에 채색, 2020 <개구리와 올챙이>, 38x34(cm), 순지에 채색, 2020 치바이스-개구리와 올챙이 모사작

김혜수

<춘산서송도(春山瑞松圖)>, 39.0x44.0(cm), 순지에 먹, 2020 <소나무>, 54.0x59.0(cm), 순지에 먹, 2020 <춘산서송도>는 미불준법으로 그린 대표적인 작품으로, 운산과 연기에 싸인 소나무와 그 밑에 한가로이 그려진 초옥정자가 있다. 그림의 왼편아래 각에 ‘미불’이라는 관자가 있다. 이 그림은 필묵이 정갈하고 설색이 신묘하며 속기를 벗어난 작품으로, 많은 여인과 소장자들의 인장이 있으며, 지금은 <고궁서화록> 제 5권에 수록되어있다. 이 작품을 모작한 것이다. 이번 수업을 통해 문인화를 배우고 여러 문인화가들을 알게 되었는데 나의 필력을 살려 수묵으로 그려보았다.

노혜지

<묵란도>, 69.8X51.7(cm), 옥당지에 수묵, 2020 <묵란>, 30X36.4(cm), 옥당지에 수묵, 2020 민영익의 <묵란도>를 모사한 작품이다. 민영익은 고종년간 후반 민씨제도를 담당했던 정치가이자 난죽으로 일세를 풍미했던 문인화가였다. 20세에 재상 자리에 올랐던 민영익은 상해화파의 화가들에게 난죽의 일인자로 인정받았다. 행서에 능했고 필세와 화품이 뛰어났으며 주로 짙은 먹을 써 난 잎의 끝을 뭉툭하게 뽑아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사군자 가운데 난초를 그렸다. 난은 잎이 늘 푸르고 곧으며 거름을 탐하지 않아 바위나 돌, 모래 틈에서 척박하게 살아간다. 그런데도 꽃이 피면 그윽한 향이 온 산을 진동시킨다. 공자는 난의 향기를 왕자의 향이라 하였으며 동양란은 서양란처럼 색채가 화려하지 않고 꽃도 작으나 담백한 색과 은근한 향기가 그 생명이다. 따라서 난에서 가장 중요하게 취하는 것은 향이며 고귀함이다. 그래서 난은 일찍부터 자기절제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군자로 지칭해왔다. 깊은 산중에 홀로 피어 고아한 자태로 은은한 향을 내뿜는 난은 지조 높은 선비와 절개 있는 여인에 비유되고 있다.

문예원

<매화나무>, 34 x 67(cm), 장지에 채색, 2020 <세한삼우도(歲寒三友圖)>, 32x22(cm), 장지에 먹, 2020 매화나무를 문인화 형식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사군자의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중 매화는 가장 먼저 나타나는 계절인 봄을 상징합니다. 차가운 겨울이 지나자마자 추위를 이기고 가장 먼저 피어나는 매화는, 고고한 기상과 함께 화려한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이에 아무리 춥고 배고파도 절개를 지키는 조선시대의 여인들에 비유되기도 하였고, 지조 높고 책임의식을 가진 선비정신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조맹견(趙孟堅)의 세한삼우도(歲寒三友圖)를 모사한 작품입니다. 이그림은 절지의 소나무, 매화, 대나무를 한데 어울리도록 그린 그림인데 매우 문기가 있으며, 필묵이 가볍고 맑게 그려진 그림입니다.

박수민

<포도(grape)>, 69,5x33.4(cm), 장지에 먹(ink on paper), 2020 <꽃(flower)>, 33.4x69.5(cm), 장지에 먹(ink on paper), 2020 중국명대 불우한 천재화가라 불리는 ‘서위’의 훼화잡화권을 모사한 작품이다. 서위는 그림을 한번도 배우지 않은 글쓰기까지 뛰어난 중국명대 천재화가이지만 그 타이틀에 가려져있던 어린시절 수차례 겪은 불우한 고난이 있다. 그것으로 인해 얻은 불행한 감정을 푸는 방법과 풀 수 없는 환경에 놓여있던 한 사람이 아니였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작품기법을 연구하며 작품세계에 가려져있던 서위의 기분을 알고 싶었다.

염보라

<묵란도_모사>, 84.1x118.9(cm), 종이에 수묵, 2020 <불편한 부분>, 29.7x42.0(cm), 종이에 채색, 2020 왼쪽은 민영익의 <묵란도>를 모사한 작품이다. 민영익은 조선조 말 왕실가 인물이며 정치가 서화예술가 이다. 오른쪽 <불편한 부분> 순수한 모습을 누군가 모순된 것으로 뒤집어 씌우면 불편하게 변한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보기 불편한 것들로 가득하다. 꽃도 세상에 있는 것들 중 하나이며 순수하게 아름다운 것이지만 불편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불편한 것으로 가득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소정

<난 (orchid)>, 54.5×78.8(cm), 순지에 먹 (ink), 2020 정판교의 <난>을 모사하였다. 섬세하고 가늘지만 그 속에서도 강단 있는 난을 그려보았다. 우아하고 올곧은 난초들의 모습이다. 난초는 사군자 안에 속하는 식물로써 우리나라 선조들에게 꾸준히 사랑 받아왔다. 난초의 향기처럼 지조와 절개, 고아함과 품격을 창작성을 가미해 표현 하였다.

전채윤

<환상수조>, 62.7x41.5(cm), 종이에 먹, 2020 <염어도>, 32.7x51.0(cm), 종이에 먹, 2020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어류들이 머무르는 수조를 상상하여 먹으로 그렸다. 팔대산인의 <염어도>를 인모한 작품이다.

조효정

<취하도(趣蝦圖趣蝦圖)>, 80x55(cm), 순지에 먹, 2020 <새우>, 80x56(cm), 순지에 먹, 2020 제백석의 <취하도(趣蝦圖趣蝦圖)>를 모사한 작품이다. 제백석은 근현대 중국 회화 화가로 유명한 세계적인 인물로 특히나 그의 새우 그림은 화단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대표적인 예술 부호 중 하나이다. 간결하면서도 과감한 필묵이 물속에서 노니는 새우들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물속에서 줄지어 헤엄치는 새우의 모습을 수묵으로 표현했다. 새우는 긴 수염을 가진 바다의 노인, 즉 해노(海弩)를 같은 독음을 가진 해로(偕老)로 읽어 부부간 백년해로할 것을 기원하며, 갑옷을 입고도 굴신이 자유로우므로 모든 일이 순조로울 것이란 뜻과 건강이 함께하라는 의미도 가진다.

김지우

<연지도>, 75x44(cm), 장지에 채색, 2020 <집>, 21x29.7(cm), 종이에 채색, 2020 연지도 4폭 병풍 중 한 폭 모사 작품입니다. 집은 자기만의 공간이고 남에게 방해받지 않는 공간이다. 힘든 하루를 보낸 사람들은 귀가하여 휴식을 취한다. 사람들 속이 아닌 지신만의 공간에 있어야 비로소 쉴 수 있다고 느낀다. 방안에는 빛이 드문드문 들어오는데 빛이 인물의 얼굴 쪽에 떨어지고 있고 고개를 반대로 돌리고 있다. 커튼을 치거나 문을 닫을 기운도 없는 무기력한 인물을 표현하고 싶었다.

김지우

<화충도>, 121.2x28.2(cm), 순지에 채색, 2020 <커튼>, 21.0x29.7(cm), 장지에 채색, 2020 <화충도> 남계우의 <화충도>를 모사한 작품입니다. 남계우는 조선 후기의 작가입니다. 서울의 남촌에서 살았으며 벼슬은 동지중추부사를 지냈습니다. 나비를 잘 그려 남나비라고 불리었으며, 평생을 나비와 꽃 그림만을 즐겨 그려 많은 유작을 남겼습니다. 나비 그림들은 곱고 화려한 채색과 정교한 공필을 사용하였는데, 특히 정확한 세필의 사실적 묘사에 뛰어난 관찰력과 묘사력이 잘 드러납니다. 조선 시대 나비 그림의 제 일인자로, 조선 말기의 사실적이면서 장식성이 강한 화풍의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커튼> 사람이야 말할 수 없이 애처로운 것이지만 내가 부끄러운 것은 사람보다도 저 날짐승이라 할까 내가 있는 방 위에 와서 앉거나 또는 그의 그림자가 혹시나 떨어질까봐 두려워하는 것도 나는 아무것에도 취하여 살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 번씩 찾아오는 수치와 고민의 순간을 너에게 보이거나 들키거나 하기가 싫어서가 아니라 나의 얇은 지붕 위에서 솔개미같은 사나운 놈이 약한 날짐승이 오기를 노리면서 기다리고 더운 날과 추운 날을 가리지 않고 늙은 버섯처럼 숨어있기 때문에도 아니다 나에게로 시간을 가르쳐주는 것이 나는 싫다 너는 날아가면 그만이지만 나는 잠시라도 나는 취하는 것이 싫다는 말이다 나의 초라한 검은 지붕에 너는 무서워 벌벌 떨고 있는 나의 귀에다 너의 엷은 울음소리를 남기지 말아라 김수영의 시 <도취의 피안>을 생각하며 그리게 되었습니다.

강지혜

<모란도>, 54.5x140(cm), 장지에 채색(Ink on paper), 2020 <불안을 빼앗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 50x140(cm), 장지에 채색(Ink on paper), 2020 모란도 모사 죽음에 대한 공포는 원초적이다. 사람은 선례를 보며 학습하고, 정립하려는 행동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이란 이러한 인간의 학습방식에 해당하지 않는다. 누구나 공평하게 삶에서 딱 한 번 경험하며, 누구에게나 찾아오고, 누구나 두려워하는 존재이다. 신에 대한 동경과 두려움, 부정은 모두 죽음과 사후세계로 인하여 생겨난다. 사후세계, 죽음, 신은 인간에게 미지의 영역이며 살아가는 내내 불안을 안겨주는 요소이다. 어느 순간에 어떻게 맞이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또한 죽기 직전의 고통이 어떨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삶을 포기한 자들도 죽음의 그 순간은 두려워하더라. 누군가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삶은 죽음을 향하는 과정이라고. 그렇지만 나는 삶과 죽음을 여정과 도착지로 보기 보다는 사람이 잃을 수 있는 것 중 가장 커다란 것은 생명이며, 그것을 죽음이라고 부르며, 이것은 인간에게 한평생 불안을 안겨준다고 본다. 한 평생 자신에게 존재하는 이 불안이라는 감정을 빼앗기는 순간을 가장 두려워하는 인간의 아이러니함을 좋아한다.

권민주

<모란도 모사>, 157x38(cm), 장지에 채색, 2020 <보내지 못한>, 27.2X18(cm), 순지에 먹, 2020 보내지 못한 편지들이 몇장이나 있을까. 20살이 되던해 일기장엔 나에게 쓰는 당부와 그 때의 사람들과의 기록이 가득했다. 지금 그 글을 받은 나는 어떤 대답을 해야할까 고민했다. 일기를 다시 볼때면 함께하지 않을것이란 생각에 친구의 이름을 적지않던 버릇을 없애고 적어나간 친구들의 이름을 지금 본 느낌은 ”난 참 행복했구나”라는 생각이다. 그 안의 슬픔도 설렘도 의심도 다 괜찮았다. 전하지 않은 오래된 편지와 선물들을 보면 그들은 나에게 무슨 말을 할까 이야기하지 못하는 답답함 속 혼자 적어나갔던 글은 받을 사람은 있지만 보낼 순 없었다. 아직 부끄럼없이 날 것의 편지를 전할수는 없지만 이렇게 전하고 싶었다. 어떤 단어를 들으면 생각나는 사람이있고 그들에게 전하지 못한 말이 있다면 글자를 읽기보다 마음을 담아주었으면 한다. 누군가의 후회도 이제와서하는 고백도 이 속에 담아 보러오는 또 다른이에게 전해졌으면 한다.

김민정

<연지도>, 75.4x44.2(cm), 순지에 채색, 2020 <불편,불안>, 15x10(cm), 장지에 채색, 2020 연지도는 연꽃이 피어있고 새와 오리들이 노니는 연못의 광경을 표현한 그림입니다. 만개한 연꽃과 꽃봉오리, 연밥과 연잎 등이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어 화면에서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새와 오리의 깃털을 하나하나 세밀한 붓질로 표현하였으며, 연꽃과 연잎이 달려 있는 줄기의 미세한 털도 섬세하게 모사해 본 작품입니다. 어느날 돈이 풍족하지 못한 저의 불편과 불안으로 텅빈 지갑을 바라보는 저의 1인칭 시점을 한번 표현해보았습니다. 저는 요즘 나날이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께 의지하고 기대는것이 너무 힘듭니다. 하지만 지금 저의 상황에서는 어쩔수 없이 금전적으로 부모님께 기대야합니다. 하지만 저는 최대한 저의 선에서 조금이라도 부모님의 짐을 덜어들이려 아낄려 노력합니다. 그럴려면 저의 지갑은 어쩔수없이 다른친구들과 다르게 풍족하지 못하게됩니다. 그런 저의 지갑을 볼때 저는 저스스로 정말 불편하고 불안합니다. 그런 저의 심정을 최대한 어둡고 씁쓸하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김태영

<화충도(花蝶圖)>, 100.2x28.2(cm), 순지에 채색, 2020 <파도>, 18.4x26(cm), 캔트지에 채색, 2020 남계우-화충도 모사작

김혜수

<연지도>, 75.4x44.2(cm), 순지에 채색, 2020 <그림자>, 29.7x21.0(cm), 종이에 아크릴, 2020 연꽃이 피어 있고 새와 오리들이 노니는 연못의 광경을 표현한 그림이다. 4폭의 화면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커다란 화면을 이루도록 구성하였다. 만개한 연꽃과 꽃봉오리, 연밥과 연잎 등이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어 화면에서 생동감이 느껴진다. 새와 오리의 깃털을 하나하나 세밀한 붓질로 표현하였으며, 연꽃과 연잎이 달려 있는 줄기의 미세한 털도 섬세하게 표현하였다. 안료의 농담을 달리하여 연잎의 형태를 입체감 있게 표현한 솜씨도 돋보인다. 전체적으로 ‘V’형의 안정감 있는 구도와 아름다운 색깔, 섬세한 표현 기법이 조화를 이룬다. <지금, 여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린작품이다. 제목은 <그림자>이다. 우리는 지금 여기 살아가는데 있어 각각의 어려움과 고난을 겪을 것이다. 각자의 무거운 짐을 지고 끝이 없는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 이처럼 횡단보도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이 각각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그림자를 안고 사는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 어느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그림자가 있는 것처럼 그림자가 있는 곳에는 분명히 밝을 빛이 있다는 것이다. 그 길을 빠져나가는 방법은 다양하고 해결하는 방법도 다양 할 것이다. 이처럼 조금 늦고 오래 걸릴 지라도 어둡고 짙은 그림자가 있는 만큼 더욱 환한 빛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노혜지

<꽃과 나비>, 127.9x28.8(cm), 장지에 채색, 2020 <오후 3시>, 27.5X38.5(cm), 장지에 수묵, 2020 남계우의 <꽃과 나비>를 모사이다. 남계우는 산수화도 그렸으나 평생 나비와 꽃 그림을 즐겨 그렸으며 조선시대 나비 그림의 1인자로 ‘남나비’라고 불렸다. 이 그림은 꽃과 나비를 그린 화접도로 화면 중앙에는 무리이저 날아다니는 나비들의 모습이, 아래에는 화려하게 핀 꽃들이 정형화된 구도로 묘사되어 있다. 오후 세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뒹굴거리면 도달하는 시간. 아직 하루가 많이 남았지만 또 아주 늦은 시간. 왠지 따뜻한 시간. 햇볕이 드리워서 만들어지는 그림자를 그리고 싶었다. 최근 대부분의 시간은 나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나를 얽매이게 하는 나를 마주하는 시간들이었다.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원인을 찾으려고 할수록 진흙처럼, 늪처럼 점점 빠져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은 내려놓아보기로 했다. 용써서 의미를 담고자 하거나 생각을 많이 하기보다 그림 앞에서 왜 자유하지 못한지, 어떻게 하면 편안해지는지 생각했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내 모습이 많이 보였다. 사실은 누군가의 지적이 아니라 내 욕심이 두려움을 만들고 있었다.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모습이 태도로 그림으로 나타나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그걸 발견했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에 나의 도전은 새벽 일찍 시작하는 산뜻하고 에너지 넘치는 것이기 보단 휴일의 오후의 3시처럼 편안하고 평화로운, 따뜻하고 나른한 변화가 되어졌으면 좋겠다.

문예원

<모란도>, 140x41.5(cm), 장지에 채색, 2020 <무제>, 30x20(cm), 종이에 아크릴, 2020 모란도 4폭 중 1장을 그린 모사작품입니다. 분채와 튜브물감을 사용하여 작업했습니다. 나의 주관적인 시각에서의 일상을 향기로 이야기하고 싶어, 내가 좋아하는 향수를 그림으로 표현해보았습니다. 우리는 대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갑니다. 계절을 지내면서 그 계절에 맞거나, 시기에 좋아하는 향수를 뿌리기도 합니다. 향기는 사람에게 강한 인상과 기억을 남기기 때문에 선물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계절이 바뀌면서 향수도 전에 쓰던 것으로 바꾸면 그 향수를 쓰던 시기의 추억들이 어렴풋하게 떠오르곤 합니다. 이러한 향기에 얽힌 기억들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문득 추억을 환기시켜 줄 수 있습니다. 일상적인 외출도 추억이 담긴 향수를 뿌리면 특별한 날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도 지나면 어제가 되고 매 순간은 계속해서 과거가 됩니다. 나에게 향기란 지나고서 자연스레 잊혀지는 평범한 일상들을 종종 떠올릴 수 있게 되는 매개체입니다.

박수민

<연지도병풍>, 44.2x75.4(cm), 장지에채색(paints on paper), 2020 <실내(interior)>, 25x35(cm), 종이에채색(paints on paper), 2020 <연지도 병풍> 4폭 연지도 병풍 중 한 점을 그린 작품이다. 아이들은 실내 속 자신들의 상상의 공간을 만든다. <실내(interior)> 어릴 적, 나도 동생과 나만의 상상의 공간이 있었다. 대부분 건조대의 빈 공간에 들어가거나, 의자를 받침대 삼아 이불을 걸친 텐트 안 이였다. 우리의 실내는 항상 안전하고 밖은 무서운 버들나무가 비바람에 흔들린다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혼자서 4살, 5살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기가 버거우셨을 할머니께서는 우리의 유일한 놀이였던 상상 속 공간 만드는 일의 조력자가 되어주셨다. 할머니의 희생과 사랑 덕분에 집 안 속 우리의 상상의 공간과 추억을 지금까지 지킬 수 있었다. 

염보라

<창덕_연지도 병풍>, 75.4x44.2(cm), 장지에 채색, 2020 <불편함, 편안함>, 42.0X59.0(cm), 장지에 채색, 2020 <창덕_연지도 병풍> 창덕_연지도 병풍 모사작업 <불편함, 편안함> 편안함과 불편함은 극단적으로 양면성을 띄고 온 몸의 감각세포들로 느낄수 있으며 정신에도 영향을 끼친다. 코로나 기간동안 편안함과 불편함은 나의 몸을 통해 들어왔다가 나갔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육체적으로는 편안함을, 정신적으로는 불편함을 느낄수 있었다. 편안함을 구름에 투영시켰고 불편함은 각각의 배경에 나타날 수 있도록 표현했다.

이소정

<변상벽>, 87×40(cm), 장지에 채색, 2020 <신기루>, 40.9×27.3(cm), 종이에 물감,목탄, 2020 <변상벽> 모사 中 <변상벽> 묘작도는 수묵 위주의 담채를 가한 섬세하고 사실적인 작품이다. 나무 위를 오르는 고양이와 이에 놀란 참새들의 부산한 순간 동작을 잘 나타내었다. 적확한 묘사와 다양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구도가 그림의 여백을 밋밋하지 않게 만들었다. 고목은 짙은 윤곽으로 나타내었으나, 나뭇잎과 바닥의 풀들은 담채로 농도를 낮추었다. 고양이의 형태는 색의 번짐과 세밀한 잔 붓질로 생동감이 넘치며, 표정까지 생생하게 묘사하였다. 눈을 감고 잠에 들기 전 또는 깨어나기 전 나의 무의식 속에서 보이는 허상들이 있다. 종종 때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비슷한 형태를 나타낸다. 그곳에선 무수한 어두운 선들이 불완전한 모습으로 가상의 공간을 이룬다. 짧은 시간 동안 홀연히 나타나지만 그것은 유지 되지 않으며 나라는 주체가 만들어낸 허상 일 뿐이다. 그 모습이 마치 신기루 같았다. 희미한 기억 속 느꼈던 한 면의 감각을 단면적인 장면으로 종합해서 표현 하고 싶었다. 분홍색으로 배경을 택한 이유는 내 기억 속 시야에 가장 깊게 남아 있는 색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실’이 아닌 ‘가상’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불완전하게 덧대어진 선들이 추상적인 느낌을 가미 시켜준다.

임가연

<어해도>, 65.5x131(cm), 장지에 채색, 2020 <불편, 불안>, 26.5x36.5(cm), 장지에 채색, 2020 19세기 조선. 어해도 8폭 병풍 부분 모사 作 강이나 바다에 사는 어류와 갑각류 등을 그린 그림으로 풀숲이나 꽃나무와 함께 그리기도 한다. 어해도는 다양한 상징으로 해석되며 사실적인 묘사부터 특징만을 살린 도식화된 그림까지 다양한 화풍으로 그려졌다. 이 그림은 물고기와 꽃나무들이 청록의 진채로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으면서도 암석과 꽃나무가 있는 물 밖 냇가와 물고기들이 노니는 물속 장면이 몽환적으로 혼재되어 있다. 나는 여성으로서의 사회적 불편과 불안을 나타내려 했다. 특히 최근 대두된 'N번방'이 시사하는 바를 생각하게 되었다. 벽에 수놓아진 숫자들은 모두 1,2,3,4 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서 1과3은 남성을 2와 4는 여자를 의미한다. 주민등록이란 신원 확인의 용도로 쓰이지만 사실 여자와 남자를 가르는 가장 큰 차원의 낙인임이 틀림없다. 붉은 색으로 쓰인 2와 4의 숫자는 1과 3 무리에 둘러싸인 피해자들을 의미한다. 언론과 같은 곳에서 가해자를 부각하기보다 피해자를 부각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주홍 글씨 프레임을 여성 피해자에게만 씌운다는 것이다. 2000년대 이전 1,2무리를 넘어 이후 3과 4가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진다는 것이고 이것이 장래 중대한 사회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현재 N번방 카르텔은 26만이라는 단순 추정치의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일을 상당히 꺼리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자들이 피해 여성의 영상을 두고 2차 가해를 하는 일도 빈번해 지고 있다. 화면에 어둡게 칠해 놓은 부분은 주홍 글씨만을 부각시키고 숨어있는 가해자들을 의미하기도 한다.

전채윤

<모란도>, 54.5x140(cm), 장지에 채색, 2020 <삶으로부터의 해방>, 34.5x20(cm), 종이에 채색, 2020 <실내정원>, 34.5x20(cm), 종이에 채색, 2020 모란도를 모사하였다. 삶으로부터의 해방인 죽음을 축하하는 의미로 활기찬 분위기로 재해석하여 그렸다. 카니발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색감으로 죽음을 축제로 묘사하였다. 실내에서 보이는 환상을 시각화시켜 그려냈다.

조효정

<서수낙원도>, 113x32.3(cm), 장지에 채색, 2020 <소유의 불안>, 15x21(cm), 종이에 채색, 2020 서수낙원도는 도화서 출신 화원이 양반이나 백성들의 정서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창작한 것으로 제목 그대로 영험한 동물이 사는 이상적인 세계를 표현한 그림이다. 상서로우며 복과 좋은 징조를 가진 동물인 서수(瑞獸)는 다산과 가족의 화목을 드러내기 위한 소재이다. 그림 속에는 용과 같은 상상 속의 동물과 함께 현실 속의 동물인 학, 사슴, 공작, 원앙도 등장하며 이는 이상 세계를 표현하고 있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많은 것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많은 것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세상의 모든 것들은 변하고 떠난다. 내게 있어서 무언가를 가짐으로써 그러니까 소유함으로써 오는 행복은 매우 크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사라짐을 알게 된 후로부터 그 행복과 집착, 불안은 더 커져만 간다. 점점 더 나는 존재의 부재가 두렵다.